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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ex & Life

[Sex & Life] 기묘한 체위 - 매일경제신문2015-07-21
작성자 : 한지엽원장조회수 : 18662


파격적인 정사 장면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`색, 계(色, 戒)`를 관람한 연인들에게 묻는다면 아마도 요가 뺨치는 각종 체위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말하지 않을까 싶다.

침 넘어가는 소리를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을까 상영시간 내내 신경 쓰였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….

그러나 `색, 계`를 제대로 보자면 첩보대장 `이`와 여대생 스파이 `장치아즈` 정사신에서 감정선을 읽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.

첫 번째 정사신은 과연 성적 지배자는 누구인가 하는 권력관계의 물음으로 다가온다. 가학적으로 자신을 대하는 `이`와의 첫 정사 후 홀로 침대에 남은 장치아즈 얼굴에 미소가 확대된다. 성폭행처럼 치러진 정사인데 왜 그랬을까. `이`가 섹스를 할 때도 상대를 묶어두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될 정도로 극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장치아즈가 파악했기 때문이다. 그녀는 이제 `이`의 첫 번째 경계를 안전하게 넘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. 심리적으로 장치아즈가 우위를 차지한 셈이다.

두 번째 정사가 서로 신뢰를 살피는 탐색전이었다면, 세 번째 정사 장면은 욕망과 본능, 이성과 감정 사이의 `계(戒)`에서 갈등하는 장치아즈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. 스파이에게는 가장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의 감정에 당황하면서도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`이`에게 한없이 무너지는 장면이다.

그렇다면 왜 `이`를 함정 속으로 끌고 왔으면서도 마지막 순간에는 도망가라고 했을까.

장치아즈는 `이`가 비싼 보석 반지를 사주는 이유가 `반지로 자신을 예속하기 위해서`라고 생각했다. 보석상에서 보인 그녀의 눈빛에 허탈과 치욕이 동시에 교차하는 것은 이런 심리상태를 반영한다.

그런데 반지를 찾으러 갔을 때 그는 "나는 보석에는 관심 없소. 다만 그걸 낀 당신 손이 보고 싶었던 거요"라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뜻밖의 말을 듣는다. 그리고 그녀는 "내가 지켜줄게"라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비로소 마음의 둑이 터지고 사랑을 온전히 확신하게 된다.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면서 마음을 결정한다.

`이`가 도망간 후 홀로 남은 장치아즈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평온한 얼굴로 한가롭게 쇼윈도 속 웨딩드레스를 바라본다. 비록 파격적인 정사신에 밀려 주제마저 잊어버리기 십상이지만 이 영화는 우리에게 `여자에게 사랑은 혁명보다 우선하는 소중한 그 무엇이다`라고 말하는 고전적 러브스토리다.

이제 우리들 얘기를 해보자. 체위라고는 고작 두세 가지. 정해진 자세와 반복되는 패턴은 잠자면서도 가능할 정도다. 언제나 `선교사 체위`만을 고집하고 있다면 종래에는 무성의해지거나 아예 섹스리스 부부가 될 수 있다. 이제는 좀 대담해질 필요가 있다. 섹스는 상대에 대한 깨달음이다. 그리고 혁명보다 우선하는 `그 무엇`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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